"너 누구냐." 거친 말투보다 기묘한 어조에 감은 눈이 가느다랗게 길어졌다. 미간에 깊이 있는 강이 패인다. 한번도 들어본 적 없는 목소리. "여기 뭐 없었는데. 이상하네." 혼잣말인가? 제법 뚜렷한 성조가 꼭 외국인이 어색한 한국말을 하는 느낌이다. 말투도 뭔가 어색해서 더더욱 외국인 같다. 번역기를 쓰고 있는 느낌. 나는 무의식적으로 소리가 나는 쪽을 ...
"셰인, 있잖아." 어쩐지 불안한 화두에 덜컹, 심장이 내려앉았다. 우물쭈물하는 태도. 어딘가 부자연스러운 시선 처리. 자연스러웠던 포옹이 한순간에 어색해지는 순간. 자신의 허리에 둘러졌던 A의 팔이 은근슬쩍 떨어진다. 그리고 온갖 불길한 상상이 셰인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면서, 그는 아랫입술을 세게 깨물고 말았다. 안 돼. 셰인은 할 말이 있다는 얼굴로 자...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가 요란하다. 술독으로 부어오른 눈두덩이를 매만지며, 셰인은 왜 자신이 깨어났나 고민에 잠길 수밖에 없었다. 불쾌한 기상. 눅눅한 습기가 그의 몸을 연신 두드리고 있었다. 얕은 잠을 괴로울 정도로 되새김질 하게 되는 밤. 언제나처럼 맥주를 통째로 비운 뒤 비척비척 침대에 엎드렸었던 것 같다. 기억이 명확하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개 있었지...
셰인은 조자마트로 출근하기 위해 씻으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잠 덜 깨서 멍한 상태로 무의식 중에 출근하는 게 아니라면 버티지 못하는 셰인. 또 하루 지긋지긋한 삶을 시작한다고 우울하게 생각했으면 좋겠다. 새벽같이 일어나서, 밤새 마셨던 술병들을 정리해서 가지고 나가고, 아직 싸늘한 아침 공기를 들이마시면서도 숨이 턱턱 막혀온다는 모순적인 생각을 하면 좋을...
유난히도 새 소리가 크게 느껴지는 아침. A는 오늘이야말로 침대에서 일어나지 않아도 될 날이 아닌가 생각해보았다. 커피 한 잔이 이토록 간절해질 수가. 베개 한 가운데에 얼굴을 묻고 엎드려 누운 A는 한숨을 입 밖으로 두어번 꺼냈다. 끔찍한 지옥이라고 생각했었던. 그리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는 지난 날이 떠오른다. 출근하고 퇴근할 때까지 등받이가 삐걱대는 ...
셰인이 그리드볼 선수였던 것 기반. 그가 은퇴 선수인 이유는 팔꿈치 수술 때문. 경기 중 본인 실수로 인해 미끄러져 넘어져서 부상을 입었는데, 그게 하필이면 오른쪽 팔꿈치 부위. 수술 비용은 무척 비쌌지만 완치되지 못했고, 연습 중 손을 쓰지 못한다(가드 못함)는 이유로 재활을 준비하다가 포기해버린 셰인. 결국 스스로 선언한 은퇴식을 치르고 이후 알콜 중독...
처음에는 이 양반이 닭장에서 찰리랑 다과회를 여나 싶었는데. 마니 아주머니가 필요한 물품을 셰인이 본인 이름으로 게시판에 공고를 붙여둔 거였으면 좋겠다. 주말을 제외한 매일 아침 셰인은 조자 마트로 출근을 하기 위해 게시판을 지나다니니까. 셰인 이름으로 된 공고 보고 버스 정류장 근처에 떨어진 열매를 주워서 헐레벌떡 달려가는 농장주. 혹시 몰라서 본인이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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